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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 저문다는 것시(詩)/이기철 2016. 5. 10. 15:40
박명의 시간에는 모여서 우는 것이 많다
사랑이 모자라 우는 것 사랑이 너무 많아 우는 것의
울음은 하나로 향기인데
내밀히 귀 기울이면
그 음색들 세세히 모두 홀로색으로 저민다
들에 사는 것들은 들판의 옷을 입고
뫼에 사는 것들은 뫼의 신발을 신고 있어
생의 빛깔은 모두 낱낱이다
나는 이런 시간이면 던져 둔 시간의 낱장을 그러모아
부서진 기억의 천 조각을 짜깁기한다
어느 물감에도 그런 이름 없지만
누가 불렀는지 초록이 혼인색으로 반짝인다
저런 명명 아래에는 눈시울 뜨거운 것이 많다
그 물색으로 견디는 것들이야
하루가 일생 아니랴
조매화가 기다리는 동박새의 잠시처럼
그런 기다림이어야 비로소 내 앞의 그대가
온전히 그대가 된다
속눈썹에도 가려지는 세상 하날 온전히
그대 홑 가슴속에 던지고 싶은 이 어둠 녘(그림 : 정연갑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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