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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 검정 교복시(詩)/이기철 2016. 5. 18. 12:30
다섯 개의 단추가 수직으로 달린 검정 교복
거기에 내 열다섯 소년이 있었네
소년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꿈
너무 많은 길의 분망이 문 열고 있었네
어느 어깨에 걸쳐도 알맞게 드리워져
추운 몸 따뜻이 데우는 마음의 겹옷
그리운 것들이 그 속에서 벌 떼처럼 잉잉거려도
그 하나하나의 오라기들이 내 서른 해 뒤의
생의 씨줄이 될 줄 그땐 짐작 못 했네
길 위에 서면 긴 휘파람으로 다가오던
살구꽃 같은 희망
차마 희망이라고 말하기에도 가슴 설레던
숯검뎅이 추억
그 이름만으로도 스무 해는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저 온대의 햇살인 검정 교복
(그림 : 손미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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