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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 장외(場外)시(詩)/박일만 2016. 1. 27. 09:13
그들 모두는 바람 든 가슴을 가졌다
허기로 잔을 채우고
사내들은 세상 고샅에서 닳아 온
지문을 찍어대며 잠시 태생을 잊는다
가슴 부딪는 건배가 오가고
출렁대는 밤별을 무수히 담아
신산한 일상과 섞어 마신다
사내들 몸속을 파고드는 말간 전율,
그들은 늘 중심에서 비켜 있었으므로
생의 언저리에서 자주 굴절되던 의지를 세우려고
한낮을 달려왔는데 외려 비틀댄다
주고받는 삶의 지론이 왁자한 공간 속
비워내는 가슴에 고단함만 가득 쌓인다
일용직이든 공사판이든 그마저도
나날이 줄어 가는 저 화려한 세상,
전등 빛이 깜박이며 시간을 다그친다
더러는 멱살을 쥐다 가고
더러는 악다구니를 쓰다 자정 넘기면서
몇 방울의 불티까지 기울이는 술잔
속내를 비우자 주위에는 난장판만 남는다
포장 밖으로 튕겨져 나온 사내들 등 너머로
새벽이 비척비척 밝아오고 있다(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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