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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 제부도1 - 간격시(詩)/박일만 2016. 1. 27. 22:18
바람만 불어와도 상처 앓는 언덕과 언덕 사이
가슴이 묽다 대부와 제부 잇는 길
외진 몸과 몸이 마주 누워 하루 두 번 긋는 실금은
오랫동안 기억을 위한 서로의 다짐인가
허릿살 외풍에 풀어내는
바위산 꼭대기에 저 푯대는
쌓이는 모래톱이 일궈 논 기다림 일거야 아마도
등성이에 맺히는 빛 무더기가 물결 속으로 뛰어든다
하늘 빛 그리움을 밀고 당기는 멀찍한 사이
빛깔의 무게만큼 시름도 깊었나보다
누구나 살면서 말 못할 물결 하나쯤 갖고 사는 거
누구나 쉬이 꺼낼 수 없는 단단한 말 한마디 묻고 사는 거
상처를 다스리기에 만남은 너무 짧고
돌아보는 길의 뿌리 근처는 늘 젖어있다
젖어서 날마다 마음 비워내고도 무엇이 남아 있어
뭍으로 외발을 뻗는 제부와 대부 잇는 길
어느새 나는 앉는 법을 잊었는지
잊어버리고 그렇게 그림자만 길어졌나보다(그림 : 김순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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