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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완하 - 눈발
    시(詩)/김완하 2016. 1. 8. 22:38

     

     

     

    내장산 밤바람 속에서

    눈발에 취해 동목 冬木과 뒤엉켰다

    뚝뚝 길을 끊으며

    퍼붓는 눈발에

    내가 묻히겠느냐

    산이여, 네가 묻히겠느냐

    수억의 눈발로도

    가슴을 채우지 못하거니

    빈 가슴에

    봄을 껴안고 내가 간다

     

    서래봉 한 자락

    겨울바람 속에

    커다란 분노를 풀어놓아

    온 산을 떼 호랑이 소리로 울고 가는데

    눈발은 산을 지우고

    산을 지고 어둠 속에 내가 섰다

     

    몇 줌 불꽃은 산모롱이마다 피어나고

    나무들은 눈발에 몸을 삼켜

    허연 배를 싱싱하게 드러내었지

    나이테가 탄탄히 감기고 있었지

    흩뿌리던 눈발에

    불끈 솟은 바위

    어깨에 눈 받으며 오랜 동안 홀로 들으니

    산은 그 품안에 빈 들을 끌어

    이 세상 가장 먼데서

    길은 마을에 닿는다

     

    살아 있는 것들이 하나로 잇닿는 순간

    숨쉬는 것들은

    이 밤내 잠들지 못한다

    맑은 물줄기 산을 가르고

    모퉁이에서 달려온 빛살이

    내 가슴에 뜨겁게 뜨겁게 박힌다

    내장산 숨결 한 자락으로

    눈발 속을 간다

    (그림 : 윤석배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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