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종오 - 뽕 도둑질시(詩)/하종오 2015. 12. 29. 20:35
오디 안 따고 놔두다가
좀 땄더니
고걸 알고는 누가 싸그리 따갖다
잎사귀 안 훑고 놔두다가
좀 훑었더니
고걸 알고는 누가 싸그리 훑어 갔다
가지 안 꺾고 놔두다가
좀 꺾었더니
고걸 알고는 누가 싸그리 꺾어갔다
내가 손 안 대면 그 누구도 손 안 대다가
내가 손 좀 대면 그 누구가 손 싸그리 댔다
묵은 가지 쳐줘야 새 가지 잘 난다는 것도 알았을까
그걸 알았다면 그 누구도 부지런한 사람이고
나는 게으른 사람이겠다 물 밖 뽕나무한테는(그림 : 박민선 화백)
'시(詩) > 하종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종오 - 비오는 날에 오는 저녁 (0) 2016.07.27 하종오 - 명년의 향토사 (0) 2016.07.25 하종오 - 시어머니가 며느리년에게 콩심는 법을 가르치다 (0) 2015.06.05 하종오 - 소풍 가잔다 (0) 2014.08.18 하종오 - 밥 먹자 (0) 201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