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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기차 소리시(詩)/심재휘 2015. 12. 13. 13:52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먼 곳에서 강을 건너는 기차 소리
밤의 들풀을 사납게 흔들며
마을의 낮은 지붕 위를
으르렁거리며 달려왔을 날들의 소리
오무린 자귀나무 잎사귀 잎사귀에서,
제 그림자를 버리고 골목 끝으로 사라져가던
슬픈 뒷모습에서도,
슬쩍 슬쩍 기우는 보름달처럼
가늘게 새어나오던 기차 소리
세상의 모든 기차가 끊어진 시간에
먼 곳에서 강을 건너는
저, 기차소리
희미한 그 소리 잃어버리고 잠들까봐 전전긍긍하는 밤,
기차는 긴 터널을 나와 난데없이 나타난 바다 속으로
폭설을 헤치며 달려 깊고 어두운 숲 속으로
오늘도 자꾸만 멀어지는데(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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