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숟가락을 위하여시(詩)/복효근 2015. 12. 6. 09:38
죽순 몇 개 머윗대 한 다발
좌판 벌이러 임실댁 절뚝이며 장에 갔다
한쪽 다리 고장 난 몸뚱어리가 전 재산
열무 한 단보다 비쌀 것도 없는 것 늘 지고 다니니뉘 와서 가져갈 것 있으면 가져가 봐라
빈 집 문고리에 꽂아놓은 숟가락 하나
숟가락자물쇠 혹은 빗장,
뱃장 간단하다 단호하다거룩한 것은 그렇듯 단순하다
숟가락 하나 들었다 놓는 일세상에서 가장 큰 문은 사람의 입
그 문 열고 닫는 열쇠도 숟가락끙, 이분음표로 내려놓을 때까지
그 거룩한 숟가락질을 위하여과거보러 가듯 새벽같이 임실댁 장에 간 사이
빈 집 혼자 적요를 숟가락질 하고 있다(그림 : 방복희 화백)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섬 (0) 2016.01.09 복효근 - 탱자나무 생울타리 지날 때 (0) 2015.12.31 복효근 - 섬진강길 (0) 2015.06.17 복효근 - 장작 패는 법 (0) 2014.09.21 복효근 - 인연 (0) 201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