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섬진강길시(詩)/복효근 2015. 6. 17. 17:12
어머니가 빚어 띄운 메주짝
잘 마른 고추 부대 싣고
가난한 큰누나
찾아가는 섬진강길
양지바른 모랫벌에
해묵은 가난 이야기랑
서러운 누나의 첫사랑 이야기를
한 짐씩 풀어놓고 가다보면
강물도 목이 메는지 저기 저 압록이나 구례구
쉬었다가 흐르는 강물에선
메주 뜨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슬픔인 듯 설움인 듯
가슴엣 것들이 썩고 또 삭아서
가난해서 죄없던 시절은
드맑은 눈물로 괴는가
도른도른 강물은
어머니 띄운 장 빛깔로
굽이굽이 또
천리를 돌아가고 있었다
(그림 : 이황화백)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탱자나무 생울타리 지날 때 (0) 2015.12.31 복효근 - 숟가락을 위하여 (0) 2015.12.06 복효근 - 장작 패는 법 (0) 2014.09.21 복효근 - 인연 (0) 2014.04.22 복효근 - 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 (0) 201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