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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재 - 도보순례
    시(詩)/이문재 2015. 7. 30. 12:29


                                                                                                                                                (낭송 : 이남희)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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