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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 봄이 고인다시(詩)/이문재 2016. 3. 4. 16:05
봄이 고이더라
공중에도 고이더라
바닥없는 곳에도 고이더라
봄이 고여서
산에 들에 물이 오르더라
풀과 나무에 연초록
연초록이 번지더라
봄은 고여서
너럭바위도 잔뿌리를 내리더라
낮게 갠 하늘 한 걸음 더 내려와
아지랑이 훌훌 빨아들이더라
천지간이 더워지더라
봄이 고이고
꽃들이 문을 열어젖히더라
진짜 만개는 꽃이 문 열기 직전이더라
벌 나비 윙윙 벌떼처럼 날아들더라
이것도 영락없는 줄탁 줄탁이러니
눈을 감아도 눈이 시더라
눈이 시더라줄탁동기(啐啄同機) : 줄탁동기는 깨우침과 관련된 공안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는 부리로 껍질 안쪽을 쪼아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줄'은 바로 병아리가 알껍질을 깨기 위하여 쪼는 것을 가리킨다.
어미닭은 품고 있는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데,
'탁'은 어미닭이 알을 쪼는 것을 가리킨다.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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