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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 모래시계시(詩)/이문재 2015. 5. 17. 16:38
이쯤에서 쓰러지자
이쯤에서 쓰러지자
조금 남겨두기로 하자
당분간 이렇게 쓰러져 있기로 하자
누군가 나를 일으켜 세워
멈춰 있던 자신의 시간을 살릴 수 있도록
자기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누군가의 아픔이 기쁜 아픔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의 기쁨이 아픈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아니다
상체를 완전히 비우고
우두커니 서 있도록 하자
누군가 나를 뒤집어
자신의 새로운 시간과 만날 수 있도록
이렇게 하체의 힘으로
끝끝내 서 있도록 하자
숨을 죽이고
가느다란 허리의 힘으로
꼿꼿이 서서 기다리기로 하자
(그림 : 김동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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