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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 천개의 강을 건너는 법시(詩)/김왕노 2015. 11. 18. 18:21
천개의 강중 마지막 강가에는 세상을 헤매고 온
네가 강둑에 풀꽃처럼 피어나 있어야 한다.
나를 기다린다고 바람 안을 기웃거리면서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마음으로 올올이 그리움을 짜면
나 허겁지겁 천 개의 강을 건너서 너에게 가지 않으랴.
수심이 깊은 강에는 목숨을 띄워서라도 가지 않으랴
천개의 강중 마지막 강가에 네가 있다면
이미 마음은 먼저 너에게 떠나고 몸이 물결 위에 몸을 실으리라
물결이 출렁거릴 때마다 어느 강가에 물망초 피어나고
밥 짓는 연기가 유혹해도 나의 발길은 멈추지 않으리라
천개의 강을 건너는 법에는
반드시 마지막 강가에는 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 벌써 그 마지막 강가에 네가 이르렀는지
내 몸이 저 아득한 곳을 향해 끝없이 휘어지고 있다.
(그림 : 이영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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