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돌아보면 지나온 발자국마다
풀꽃이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양말을 벗어보면
긴 여행의 흔적은 물집으로 잡혀있다.
자꾸 달아오르는
사막 같은 이 도시를 지나
또 어디를 꿈꾸며 가야 하나
내 지나며 남긴 발자국마다
풀씨를 뿌리며 따라오는
남루한 이름 하나 꿈결인 듯 자꾸 보이는데
여기서 멈춰서 기다려 줄 순 없다.
별자리도 바뀌고
내 굽의 각질이 되어준
아버지의 말씀이 다 닳기 전
헛걸음질 할지라도 꿈꾸는 곳으로
이 밤 가야 한다.
더 먼 길을 가려 물집을 터뜨리면
코를 후려갈기는
풀꽃 향기보다 더 진한
내 삶의 이 비린 냄새(그림 : 박락선 화백)
'시(詩) > 김왕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왕노 - 사칭(詐稱) (0) 2016.04.02 김왕노 - 천개의 강을 건너는 법 (0) 2015.11.18 김왕노 - 야크로의 명상 (0) 2015.02.24 김왕노 - 중년의 편지 1 (0) 2015.01.22 김왕노 - 과적 (0) 201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