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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삼천포에서시(詩)/권선희 2015. 11. 13. 19:56
누군가 떠나도 바다는 바다
돌아와도 바다는 여전히 바다라며
덥석 술부터 권하는 삼천포
오목하게 내미는
오목한 건 말이지
떠나 텅 빈 자리였다가도
오목한 건 말이지
이렇게 다시 빙 둘러 앉는 것이라며
곰보 자국 깊은 가슴에 자꾸 파도를 붓는다
그러니까 말이지 오목하다는 건
하면서 살짝 출렁이는 동안
어깨 너머에선
우두자국 처럼 섬들이 돋고
술잔은 만조(滿潮)로 깊어 가는데
초가을 하늘 한 점
안주로 쫙쫙 찢으며
시원하게 돌아나가는 삼천포에서
도톨도톨 붉어지는 몸
오목해지고 있었다
단물 홍건하게 차오르고 있었다
(그림 : 정의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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