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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선희 - 사람이 고래만 같으믄
    시(詩)/권선희 2014. 7. 2. 01:19

     

    만나 본 사램들으는 다 안데이

    금마가 을매나 자슥들로 물고 빨매 애끼는지

    고랫배 타고 반 팽생 싸돌았다마는

    살라꼬 온 데로 설쳤다마는

    내는 안데이 

     

    반들반들하니 시커먼 눔 만나믄 말이재

    가슴이 벌컹벌컹 뛰는 기라

    금마가 을매나 이쁜지 모르재? 

     

    내하고 금마하고 똑같이 울렁울렁

    지칠 때꺼정 파도타매 가는데 말이다

    금마 옆구리에 몽실하니 새끼가 붙은 기라

    우짜겠노, 내는 사램이고 지는 괴기니

    놓치지 않을라꼬 가기는 간다마는

    맴이 억쑤로 씨는 기라 

     

    그래그래, 가다보믄

    새끼가 고마 쳐진다 아이가

    그라믄 우짜는 줄 아나?

    요래요래 지 한 쪽 팔에 새끼로 얹어가지고 간다

     

    포 쏠라꼬 배는 달라 붙재

    하마 숨으는 턱턱 올라 붙재

    새기는 깩깩 울재

    금마 가슴팍에 피멍인들 앤들겠나 말이다 

     

    어미 고래로 질질 끄잡고 온 날은

    난리가 난데이

    울 마눌 입은 째질대로 째지고

    온 동네 사램들 마카 모딘 판장은 그야말로 굿판이재 

     

    그라믄 모하겠노

    술 한 잔 묵고 든 집구석 온천지

    새끼 델꼬 도망치던 금마가 오락가락 하지럴

    깩깩 거리매 에미 찾을 새끼도 오락가락 하지럴

    내 그런 날으는 한 숨도 몬잔데이 

     

    지 새끼 쳐내삐리고 달라 뺀 둘째 놈

    검둥 고래만도 몬한 놈

    고래 새끼만도 몬한 내 손주 놈이 가여버가꼬

    잠든 볼티기만 조물락 조물락

    날밤으로 씨꺼멓게 샜데이

    (그림 : 강정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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