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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아내의 서랍시(詩)/권선희 2014. 7. 2. 00:30
일요일 아침
아내는 목욕탕 가고
밖엔 비 내린다
손톱깎이 하나 처박힌 곳 모르는
내 집이 낯설다
서랍 안에 서랍 있다
내심 뒷돈이라도 꼬불처둔 것이기를 바라며
서랍을 연다
십 년이 된 크리스마스카드
첫차 구입 영수증
군복무 확인서와 해약한 적금통장
마른 오징어처럼 쩌억 눌러 붙어있다
제 꿈을 옳게 꼬불치지 못하고
아내는
내가 훌훌 벗어던진 것들만
주워 담고 살았구나
드응신
손톱깍기도 전에
살점을 뜯겼다
아내 슬리퍼가 빗소리를 끌고 온다
떨어진 마음 한 점
얼른 서랍 속에 넣고 돌아앉는다
(그림 : 김종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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