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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다무포 이야기시(詩)/권선희 2014. 2. 22. 10:31
다무포 여자들은 물질을 할 줄 몰랐다네.
어느 날 머언 탐라에서 굵고 건장한 처녀들 건너와 팅팅한 궁디 들어 올리며 푸른 바다 주물러 넘치게 건져 올렸다네.
긴 장마에 갇힌 해녀 하나 힘껏 자빠뜨리고 들이민 팔복이 씨앗 하나가 세상을 바꿀 줄이야.
팔복이 각시가 물질만이 살 길이라고 야무지게 가르쳤다네.
다무포 여자들 앞 다투어 휘익 휙 뛰어들고, 그때부터 바다는 화들짝 깨었다네.
노란 장판 잘잘 끓는 경로당
청단 홍단 맞아 떨어지는 군용담요에 둘러앉은 늙은 인어(人魚)들,
앞바다 미역돌은 얼씨구나
길게 길게 겨울잠 잔다네
(그림 : 홍경표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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