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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목포 덩실이시(詩)/권선희 2015. 11. 13. 19:39
주점 문 밀고 들어서니
흰털에 노랑무늬 두렁두렁 박힌 개 한마리
문턱에 누워 비키질 않습디다
피해가려다 문득 괘씸하여
궁디 툭툭 차며 버릇없다 나무랐지요
꿈쩍도 않습디다
아니 들썩도 못합디다
홍어 고린내 초장에 찍던 주모
우리 덩실이 올해 스무 살 이랑께
내겐 서방으로 새끼로 왔당께
살아도 너무 살아 죽은 만 못하네만
지 죽을 때를 못 붙잡아서 저 모양 잉 께
타박 말랑께 말랑께
그 소리에 꼬리 끝 달싹달싹 합디다
한 때는 덩실덩실 앞발 들고
짓이 나서 핧다대며 새끼처럼 구불었겠지요
엄한 놈 수작 떨면 물어뜯을 기세로
당당하게 서방 노릇도 하였겠지요
죽을라 하면 살려 내는 여자와
여자 덕분에 죽을 수 없는 남자
털썩 누운 생 한점이
저릿저릿 합디다 .
(그림 : 임재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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