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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시간의 방목장시(詩)/마경덕 2015. 11. 12. 11:36
3시, 7시, 2시 15분…
누가 이곳에 시간을 방목했을까
시간의 바깥이 고요하다
자유로운 저 세상 밖의 시간들
왜 늦었느냐고 닦달하는 사람도 없다
각기 보폭이 다른 침묵들, 낮과 밤이 뒤섞인
시침과 분침을 껴입은 무질서가 평화롭다
일생 이렇게 편한 때가 있었나
어제와 내일도 까맣게 잊고
종일 잠만 자도 좋은 시절은 세상을 알기도 전에 끝이 났다
횡단보도 앞
속도들이 다리를 뻗고 누웠다
고장 난 신호등에 길이 막혀도 태연한 대명시계점
저 묵언默言을 깨워 값을 지불하는 순간
끝없는 동그라미에 갇혀
죽을 때까지 고된 노역勞役을 치러야한다
소리에 귀가 늙은 사내가
시계를 팔뚝에 묶는 순간, 시간의 노예가 태어났다
세 개의 바늘이 놓친 걸음 허겁지겁 따라간다
(그림 : 이석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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