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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토마토의 생존법시(詩)/마경덕 2015. 6. 30. 11:48
어느 날 바람에 묻어온 씨앗 하나
사거리 신발가게 귀퉁이 능청스레 물고 서있더니
차양아래 고인 그늘을 떠먹고 훌쩍 자랐다
볕에 주린 가녀린 줄기들
어쩌다 들이친 빗방울에 목을 축이고 방울방울 풋것을 매달았다
오가는 발길에 차일까 노심초사
모서리 틈에 달라붙어 아직 무탈하다
드나드는 손님의 눈길조차 두려웠을 저 여린 가지들
낯선 땅 곁방살이로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
슬쩍 쓰다듬으니
놀란 잎이 질펀하게 경고를 쏟아낸다
손에 묻은 안색(顔色)이 시퍼렇다
철을 놓친 저 풋것
한줌의 농사를 업어 키우려고 그렇게 토마토는 등이 휘었던 것
시장통에 나온 등 굽은 오무래미 할미들도
저렇게 애를 업어 키웠다
시장 신발가게 모서리 철모르는 토마토 한 그루
혀가 아린 새끼들 꼭 붙잡고 섰다
오무래미 : 이가 다 빠진 입으로 늘 오물거리는 늙은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그림 : 신소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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