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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 나는 무엇입니까시(詩)/오세영 2015. 10. 27. 13:33
나는 나를 모르겠습니다.
내가 지하철의 유리창에
입김으로 당신의 얼굴을 그리고 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천치라 일렀습니다.
내가 비 내리는 서울역 광장에서
당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을 때
사람들은 나를
미친 자라 일렀습니다.
내가 종로의 길바닥에
망연히 당신의 이름을 쓰고 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거지라 일렀습니다.
나는 정녕 무엇입니까.
당신의 입김이 되어
허공 중에 흩어지는 한 줄기 바람이라 일러도 좋습니다.
꽃이 꽃이듯
별이 별이듯
나는 당신의 무엇입니까.(그림 : 우창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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