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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달지 못하는 나무는
하늘로 팔을 쳐들고 벌서지만
열매를 단 나무는
팔을 늘어뜨린 채 출렁인다보아라, 악착같이 매달린
살찐 열매들 건사하느라
뼈마디마다 힘을 꽉 주고 있는 나무들
햇빛이 눈부신 것은 열매 때문이 아니라
무겁게 휘늘어진 저,
영혼이 아름답기 때문이다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힘센 팔 다리를 만난 거다
노동의 순결을 아는 자만이
가 닿을 수 있는 나무의 나라
아, 나는 감은 따지 못하고
눈만 자꾸 비비고(그림 : 강요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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