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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한봉 - 눈물
    시(詩)/배한봉 2015. 10. 16. 18:30

     

    눈물은 송곳보다 힘차게 살가죽을 뚫는다.

    흐느낌 없어도 끓는 몸의 순간을 생각보다 먼저 간파하고 용암처럼 솟는다.

    강철 사나이도 그 힘을 막지 못한다.

     

    꺼내야 하는 순간 눈물을 꺼내지 못한다면 몸은 스스로 살가죽을 풍선처럼 터트리고 말 것이다.

    영혼의 별은 빛을 잃고 새는 찢긴 북처럼 노래하지 못할 것이다.

    눈 속의 어둠을 눈물만큼 잘 닦아낼 수 있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으므로

    눈물은 육체의 물질이 아니라 심연의 반영이다.

     

    얼음의 시간, 암흑의 지하 동굴에 갇혀본 자는 알 것이다.

    박쥐처럼 찍찍거리는 슬픔을 저으면 차갑고 캄캄한 시간이 새어나온다는 것을.

    그 공포가 숨어 있는 지하 동굴, 퇴로를 막아놓은 빙벽은 우리 속에 있다.

    결빙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결렬한 눈물뿐이다.

     

    칼의 맹세는 피 냄새를 가지지만, 태양을 보며 눈물로 이름을 새긴 맹세는 피를 정화시킨다.

    70% 수분 가운데 1%도 안되는 눈물이 짜고 뜨거운 이유도 거기 있다.

    눈물은 힘이 세다.

    (그림 : 박철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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