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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허방길에 대한 기억시(詩)/배한봉 2015. 10. 6. 01:03
슬픔은 서리맞은 홍시 같다
손톱으로 긁기만 해도
꾹꾹 눌러둔 눈물 붉게붉게 쏟아져
기억의 남루한 옷섶을 적신다
가을 햇빛 물끄러미 한때의 희망을 비추지만
반짝대는 것은 마음의 상처뿐
저자에 나서면 짓물러터진 추억들만 우글거린다
얼마를 더 가야 하는가
희고 붉은 꽃 뚝뚝 떨어져
생의 길조차 흐릿하니 물안개에 젖는 날
허방을 지나면 또 허방
뻘밭 속 추억의 마을에 갇힌
삶이여, 못 견딜 자책만 남아 쓸쓸하다
나는 이제 턱이 굳고
실직의 옆구리는
서리맞은 꽃대궁 같이 서늘하게 젖는다
저 물안개 자욱한 허방길 건너
누가 욕망을 비워내고 홀로 걸어갔을까
바라보면 누추한 기억들아, 이 쓸쓸함 위에
어떤 커다란 눈물샘이 있어
내 옷섶 붉게 적시는 풍경을 또다시 흔드는가(그림 : 고찬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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