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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능금의 빛나는 황홀을시(詩)/배한봉 2015. 9. 15. 13:37
붉은 능금 향긋하여 나는 먹을 수 없네.
이 단내는 꽃의 냄새.
나는 꽃향기를 깎을 수 없네.
나보다 먼저,
나보다 더 오래,
능금 꽃 앞에서 울던 벌이여.
이 한 알의 보석에 박힌 수백 개 태양을
나는 깎을 수 없네.
달에 옥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알아버렸을지라도,
이 붉은 능금의 빛나는 황홀을
나는 어찌할 수 없네.
가슴의 두근거림을,
능금빛 사랑의 믿음을
나는 차마 깎을 수 없네.
(그림 : 최장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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