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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택 ― 그릇에 관하여시(詩)/윤성택 2015. 10. 2. 21:41
얘야, 그릇은 담아내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이 인생살이란다
어머니의 손은 젖을대로 젖어서
좀처럼 마를 것 같지 않다
젖은 손을 맞잡고 문득 펴 보았을 때
빈 손바닥 강줄기로 흐르는 손금
긴 여행인 듯 패여 왔구나
접시들은 더러움을 나눠 가지며
조금씩 깨끗해진다
헹궈낸 접시를 마른 행주로 닦아내는
어머니의 잔손질, 햇살도 꺾여
차곡차곡 접시에 쌓인다
왜 어머니는 오래된 그릇을 버리지 못했을까
환한 잇몸의 그릇들
촘촘히 포개진다
나도 저 그릇처럼 닦아졌던가
말없이 어머니는 눈물 같은 물기만
정성스레 닦아낸다
그릇 하나 깨끗하게 찬장으로 올라간다(그림 : 장민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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