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택 - 오늘의 커피시(詩)/윤성택 2015. 9. 20. 12:42
갓 내린 어둠이 진해지는 경우란
추억의 온도에서뿐이다
커피향처럼 저녁놀이 번지는 건
모든 길을 이끌고 온 오후가
한때 내가 음미한 예감이었기 때문이다
식은 그늘 속으로 어느덧 생각이 쌓이고
다 지난 일이다 싶은 별이
자꾸만 쓴맛처럼 밤하늘을 맴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깊이에서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되어
그 길에 번져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 말라가는 낙엽 곁으로
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분다
솨르르솨르르 흩어져내리는 잎들
가을은 커피잔 둘레로 퍼지는 거품처럼
도로턱에 낙엽을 밀어보낸다
차 한 대 지나칠 때마다
매번 인연이 그러하였으니
한 잔 그늘이 깊고 쓸쓸하다(그림 : 안기호 화백)
'시(詩) > 윤성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성택 - 여행 (0) 2017.06.25 윤성택 ― 그릇에 관하여 (0) 2015.10.02 윤성택 - 안부(安否) (0) 2015.07.28 윤성택 - 기차 여행 (0) 2014.05.28 윤성택 - 해후 (0) 201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