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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검정 고무줄에는시(詩)/김영남 2015. 8. 22. 10:10
내복의 검정 고무줄을
잡아 당겨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고무줄에는 고무줄 이상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 이상의 무얼 끌어안은 손,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으로
무엇을 묶어본 사람이면 또 알겁니다
어머니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는 것을,
그래야 사람도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는 것을,
훌륭한 어머니일수록 그런 신축성을 오래오래 간직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고무줄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어머니란 리어카 바퀴처럼 둥근 모습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둥근 등을 굴려 우리들을 큰 세상으로 실어낸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 지상 모든 고무줄을 비교하여 본 사람은 알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고무줄이 나의 어머니란 것을
(그림 : 김부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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