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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양희 - 오래된 골목
    시(詩)/천양희 2015. 7. 7. 17:26

     

    길동 뒷길을 몇번 돌았다

    옛집 찾으려다 다다른 막다른 길

    골목은 왜 막다르기만 한 것일까

    골과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아

    엉거주춤 나는 길 안에 섰다

    골을 넘어가고 싶은 목을 넘어가고 싶은 골목이

    담장 너머 높은 집들을 올려다본다

    올려다볼 것은 저게 아닌데

    높은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낮은 지붕들이 중얼거린다

     

    나는 잠시 골목 끝에 서서

    오래된 것은 오래되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나무 오래된 미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나무가 미래일까

    미래도 없이 우린 너무 오래 되었다.

    오래된 몸이 막다른 골목 같아

    오래된 나무 아래 오래 앉아본다

     

    세상의 나무들 모두 무우수(無優樹)같아

    그 자리 비켜갈 수 없다

    나는 아직 걱정 없이 산 적 없어

    무우(無憂) 무우 하다 우우, 우울해진다

    그러나 길도 때로 막힐 때가 있다

    막힌 길을 골목이 받아적고 있다

    골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고

    옛집 찾다 다다른 막다른 길

    너무 오래된 골목

    무우수無優樹 :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의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환경에서만 자랄 수 있다.

    잎의 모양은 고무나무 잎같이 도톰한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한 깃꼴겹잎이다.

    꽃은 4∼6월에 피고 황색에서 오렌지색을 거쳐 적색으로 변하며 커다란 원추꽃차례[]에 달리고 향기가 있다.

    암술과 수술이 꽃잎보다 길다. 꼬투리는 길이 25 cm이며 4∼8개의 긴 타원형 종자가 들어 있다.

    원산지에서는 주로 가로수,방풍수 또는 관상수로 심고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근심이 없다'라는 의미를 지닌 이 나무는 석가의 어머니 마야 왕비가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소복하게 핀 자줏빛 꽃의 아름다움에 홀려 이 나무를 잡게 되고 그순간 산기()를 느끼고 이 나무 밑에서 석가가 탄생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인도인들은 이 나무를 아소카나무(asoca) 또는 아쇼카나무(ashoka)라고 부르며 사랑에 빠져 있는 처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일생에 걸쳐 행복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불교신자들은 석가모니가 태어난 이 나무를 신성시 한다.

    무우수()는 아소카에서 유래되며 산스크리트의 아[]와 소카[]를 번역한 것이다.

    (그림 : 김명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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