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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 기차를 기다리며시(詩)/천양희 2015. 7. 7. 17:27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길인지
얼마나 서러운 평생의 평행선인지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역은 또 얼마나 긴 기차를 밀었는지
철길은 저렇게 기차를 견디느라 말이 없고
기차는 또 누구의 생에 시동을 걸었는지 덜컹거린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를 기다리는 일이
기차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며 쏘아버린 화살이며 내뱉은 말이
지나간 기차처럼 지나가버린다
기차는 영원한 디아스포라, 정처가 없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차역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기차역을 지나간 기차인지
얼마나 많은 기차를 지나친 나였는지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는 것들이여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지나간 기차가 나를 깨운다
기차를 기다리는 건
수없이 기차역을 뒤에 둔다는 것
한 순간에 기적처럼 백년을 살아버리는 것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도 기차역을 지나치기 쉽다는 걸
기차역에 머물기도 쉽지 않다는 걸디아스포라(Diaspora) :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 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특정 인종(ethnic) 집단이 자의적이든지 타의적이든지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자어로는 파종(播種) 또는 이산(離散)이라고도 한다. 유목과는 다르며, 난민 집단 형성과는 관련되어 있다.
난민들은 새로운 땅에 계속 정착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디아스포라란 낱말은 이와 달리
본토를 떠나 항구적으로 나라 밖에 자리잡은 집단에만 쓴다.
난민 외에도 노동자, 상인, 제국의 관료로서 이주한 사례도 디아스포라에 해당한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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