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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인 - 예당기행
    시(詩)/시(詩) 2015. 6. 30. 14:42


    기차에 오르며
    멀리 흰 종이꽃 눈물처럼 달고 가는
    아침 상여를 보았다.
    아직 길 떠나기에는 이른 새벽,
    서둘러 길을 나선 저 서운 생애는
    또 무엇이 되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강물처럼 출렁이는 기차,
    기차처럼 흔들리는 강물에
    늦가을 마른 풀잎 같은 나를 싣고 예당 가는 길
    남평, 앵남, 증주 그리고 삭정, 이양 …
    들꽃 이름을 닮은 마을들을 스쳐
    덩치 큰 미루나무 줄지어 선 보성을 지나
    예당에 이르면
    빗장 풀린 그리움들 확 쏟아져
    흐린 안개되어 길을 막는다.


    기차는
    철길을 놓으며 떠나고
    말없이 먼 길 따라오던 산맥들 바라보며
    나는 문득,
    산 같고 강물 같던 그 사내,
    찔레꽃처럼 수줍고 아린
    스무살 어귀의 내 첫사랑을 생각했다
    그리움은 언제나
    제 가슴 태우며 번지는 들불처럼
    먼 길 떠나와 이젠 아득해져 버린 벌판 위에
    나를 혼자 세워두곤 하고,
    키 작은 옥수수밭 지나
    찬찬히 길 내어주며 이루는 숲 위로
    소쩍새며 뻐꾸기들
    손풍금 소리처럼 쓸쓸하게 울며 날아가는데,
    지독한 안개로도 다 지우지 못한 지나간 시간들
    나는 작은 배에 실어 떠나보낸다.

    예당평야(野) : 충청남도 서북부 아산만 남쪽에 펼쳐진 평야.

    면적이 99㎢에 달하는 예당평야는 대체로 삽교천()과 그 지류인 곡교천()·무한천()의 유역으로 예산·당진·아산·서산에 걸쳐 있다.

    평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산과 당진의 이름을 따서 예당평야라 부른다.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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