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송수권 - 갈목비1
    시(詩)/송수권 2015. 6. 30. 14:30

     

    강변 사람들, 대대갈밭 가에 모여 산다

    가을이 오면 갈꽃들이 은빛 물결로 출렁이고

    개개비가 시끄럽게 울면 가을 장마가 든다고 했다

     

    강변 사람들, 강버들 휘늘어진 그늘을 깔고 앉아

    샛강에 낚시를 던지거나 삼강망 그물을 던져 버들치나

    붕어, 운조리, 비단 멀뚝장뚱어를 건져 올렸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들고 온 어망을 덜어 갈잎새만한

    붕어를 무청 시래기 위에 놓고 양념간장을 자박하니 부어

    자박 자박 곰국을 끓여 냈다 곰국 중에서도 나는 붕어곰이 맛있었다

     

    어른들은 또 가을이 가기 전 갈목을 꺾어다 갈목비를 만들거나

    밤에는 도틀에 고드렛돌을 넘겨 돗자리를 짜거나 했다

    고드렛돌 넘기는 소리가 비를 부르는 개개비 울음소리보다 컸다

     

    우리는 갈목을 찾아 어른들이 한바탕 갈밭 길을 휘젓고 나오면

    개개비 알을 한 바가지씩이나 주워 모았는데 그때마다

    갈밭은 술렁거리며 개,개,개, 비오 소리로 넘쳐났다

     

    갈목비로 싹 쓸어버리고 싶은 그 갈밭 사잇길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넘실거려 몸살을 앓는다

    대대갈밭: 순천만 갈밭

    갈목비: 갈대꽃이 피기 전 모가지(갈목)를 뽑아다 엮은 빗자루

    도틀: 짚가마니나 갈대, 왕골 등의 돗자리를 짜는 기구

    고드렛돌: 도틀에 딸린 추와 같은 작은 돌멩이들

    (그림 : 송대호 화백)

    '시(詩) > 송수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수권 - 갈목비5  (0) 2015.06.30
    송수권 - 갈목비3  (0) 2015.06.30
    송수권 - 곰취죽  (0) 2015.06.30
    송수권 - 석남꽃 꺾어  (0) 2015.06.18
    송수권 - 자수(刺繡)  (0) 2015.05.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