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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수권 - 곰취죽
    시(詩)/송수권 2015. 6. 30. 14:03

     

    지리산 속 달궁의 봄은

    누가 저더러 봄 아니랄까 봐

    어린 곰취 싹이 먼저 알고 나와 눈을 쓸며

    불꽃같은 혀를 놀리더란다

    노고단 너머 달궁 에미집

    그녀만 아는 2월의 곰취밭

    한 솥단지 벌써 곰취죽이 끓더란다

     

    지리산 속 반달곰은

    누가 저더러 곰 아니랄까 봐

    굴 속을 기어나와 저 먼저 곰취 싹을 핥더란다

    내가 아는 한 사람 곰취죽을 찾아

    시암재 너머 눈 쌓인 노고단을 넘어

    허연 눈발 곰 발자국 따라

    정령치 넘어 쟁기소리를 건너가더란다

     

    쌉소름하고 상큼한 맛

    누가 저더러 곰취나물 아니랄까 봐

    빨치산들 반합 뚜껑 소리에 눈 비비고 나와

    저 먼저 잠이 들더란다

    양지쪽 무덤 곁 잠이 들더란다

    곰취 : 식물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아주 굵은 뿌리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길이가 85cm까지 자라기도 한다.

    줄기에서는 보통 3장 정도 잎이 나오는데 밑부분의 것은 뿌리에서 나오는 잎처럼 심장 모양으로 잎 밑이 움푹 들어가 있으나,

    윗부분의 것은 잎자루가 넓어져 줄기를 감싼다.

    꽃은 7~8월에 노란 두상화(頭狀花)가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며 피는데 설상화(舌狀花)가 마치 꽃잎처럼 보인다.

    어린잎을 봄철에 날것으로 또는 데쳐서 나물로 먹으며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향기와 맛이 좋다.

    (그림 : 남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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