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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 갈목비3시(詩)/송수권 2015. 6. 30. 14:32
또 들물이 와서 뻘강을 들었다 놓는다
어른들은 집에서 5일 장내기로 갈목비를 엮는 동안
우리들은 강변으로 나가 갈목을 꺾어다 새끼줄에
줄줄이 매달았다
밤이 오고 뻘뚝게 사냥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횃불을 들어 뻘강에 갈목줄을 늘이고
야행성 뻘뚝게가 조랑조랑 올라붙도록
횃불을 흔들며 강둑을 달렸다
틈새를 빠져나온 순이와 나는 갈밭 사잇길로
숨어들어 청갈잎을 깔고 누워
별 하나 꽁꽁 별 둘 꽁꽁 ......
풋대추 같은 그 많은 별들을 딴 적이 있었다
별똥별 하나가 갈밭을 스쳐 바다쪽으로 날아가자
화들짝 놀란 그녀 얼굴에
눈물 몇 방울이 어릉지는 것을 보았다
와, 와, 와 뻘뚝게다 !
휏불을 든 아이들이 갈목줄을 들어올리는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도 재빨리 뻘강으로 달려나간 것인데
정말, 갈목마다 뻘뚝게들이 새까맣게 올라 붙었다
그해 여름 밤 뻘뚝게와 갈게 사냥보다
나는 순이 얼굴에 어릉진
눈물 몇 방울의 의미를 아직도 모른다.
(그림 : 안명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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