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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 갈목비5시(詩)/송수권 2015. 6. 30. 14:34
다 늦은 오후 학교가 파하면
갈밭 언덕길 방죽 밑 모래밭엔
아이들이 한 둘씩 모여 들었다
우럭조개나 모시조개를 캐다가 알불에 구웠다
몇 아이들은 갈밭사이길 십리 뻘강을 건너
바다와 산이 맞닿은 곳, 산기슭 망바위에 올라
숭어떼가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는 오래도록 전해온 마을의 내력이었다
들물이 가득 뻘강을 들어 올린다
석양에 금빛 숭어가 튄다
망바위 갈잎피리 소리 자지러진다
윗옷을 벗은 아이들이 옷을 흔든다
물목이 좁은 뻘강에는 오래된 폐선 한척
아이들은 그 폐선으로 올라가 가로막이 그물을 쳤다
숭어떼가 그물을 뛰어넘다 후다닥 뱃전으로 떨어진다
아이들은 당구리로 재빨리 능금꽃숭어를 두들겨팼다.
갈대 알구지 숭어뀀을 들고
다 저녁 때가 되어 사립을 들어서면
아버지는 포름한 갈목비를 엮다말고
앞강에 벌써 능금꽃이 핀 게로구나, 활짝 웃었다.
능금꽃숭어: 눈이 빨간 숭어(참숭어)
(그림 : 한경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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