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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 자수(刺繡)시(詩)/송수권 2015. 5. 18. 00:05
어머님 한 땀씩 놓아 가는 수틀 속에선
밤새도록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매운 선비 군자란 싹을 내듯
어느새 오동꽃도 시벙글었다
태사(太史)신과 꽃신이 달빛을 퍼 내는 북전계하
말없이 잠든 초당 한 채
그늘을 친 오동꽃 맑은 향 속에
누가 당음(唐音)을 소리 내어 읽고 있다
그려낸 먹붓 폄을 치듯
고운 색실 먹여 아뀌 틀면
어머님 한삼 소매 끝에 지는 눈물
오동잎새에 막 달이 어린다
한 잎새 미끄러뜨리면 한 잎새 받아 올리고
한 잎새 미끄러뜨리면 한 잎새 받아 올리고
스르릉스르릉 달도 거문고 소리 낸다
어머님 치마폭엔 한밤내 수부룩히 오동꽃만 쌓이고…….
(그림 : 박연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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