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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 보길도. 1시(詩)/시(詩) 2015. 6. 22. 19:57
폭풍이 온다더라
물길이 닫히기 전에 떠나야 하리라
뭍에서 온 사람들
잠시 머뭇거림도 없이 갑판에 오르고
청별에서 출항한 배가
노화 지나 소안에 가 닿는다
몇척의 어선들
방파제 안으로 서둘러 몸을 숨기고
추자도를 건너온 폭풍우가
적자산을 넘는다
폭풍이 온다더라
비바람 속에 너를 보내며
그러나 정작 슬픈 것은 이별이 아니다
천번의 이별이 두렵겠는가
이별이 아니다
서러운 것은 이별이 아니다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배가 떠난 뒤
물길이 닫히고
물 밑으로 가라앉는
보길도
기억하라
천번을 헤어진 뒤
천번을 다시 만나리(그림 : 최정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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