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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 달은 어둠 속에 집을 짓는다시(詩)/시(詩) 2015. 6. 19. 14:00
까치가 은행나무 가지 사이를 파고 집을 짓는다
그 사이 달빛도 어둠을 파서 집을 짓는다
처음에는 손톱 같더니, 그 손톱 같은 사랑을 키우더니
치악산 소나무 위에 걸어 놓는다
나,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돌아 가면서 바라보면
둥근 달, 치악산 솔바람 소리를 껴안고
일년 열두달 허물고 짓고 허물고 짓다가
행구동 저수지 물 속에 앉아 참선을 한다
저수지 물고기 함께 참선을 하다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물 밖으로 뛰어 오르며 파문을 일으킨다
그 파문 속에서도 달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치악산 그림자 저수지 물 속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며
어둠 속에 집을 짓는 달을 내려다 본다
몇 년을 내려다 보았는지 치악산 눈빛은 능선 따라서 길이 나고
머리결 같은 앉은뱅이 나무 구름 한 점 잡아 두지 못하고
바위 곁에 앉아 어둠 속에 집을 짓는 달만 바라본다
아, 나는 바라만 봐도 현기증 난다
저수지 물 속 치악산은 꺼꾸로 매달려 나무를 키우고
달은 그 치악산 머리결 같은 나무에 달빛을 엮어 집을 짓는다
어둠이 깊은 만큼 단단해 보이는 치악산 솔바람 소리
울타리도 없는 달의 집을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다녀간다
(그림 : 박국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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