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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옥 - 강물에 띄운 검정고무신시(詩)/시(詩) 2015. 6. 20. 00:15
어디로 갔을까
쇠부지땅으로 코빼기 구멍놓고
앞뒤꼭지 빼딱 꽈 놓으면
엄연히 강 가운델 자리잡는 내 작은 배
어디로 갔을까
술 저문 아비가 둥둥 노저으면
고운 엄닌 누워서 맨발로 꿈을 꾸는
그럴까 멈칫멈칫 떠난 아비
손목덩이 걸겠다고
그럴까 질레질레 떠난 누이
발목덩이 걸겠다고
밀물지는 강물 따라 멀리멀리 떠가다가
그럴까 그만 영영 따라간 것일까
어디로 갔을까
아비는 아비대로 사립문 열지 않는데
누이는 누이대로 사립문 열지 않는데
어디로 갔을까
곤백날 지 몸을 허옇게 가르고도
오늘사 한짝만 깊은 곳간 틈서 눈떠 있네
어쩌면 말없이 기다리다 때주름 풀어놓은
여기 울엄니 같이
너 홀로 남은 검정 고무신이여
그럴까 곰삭은 네 얼굴
아프도록 씻어서는
토방마루 못걸 우에 사알짝 걸어 놓으니
다시금 안달하네 찌렁찌렁 코를 골며
배 대어라 노 저어라 둥둥
앞서거니 아비 찾아 가보자 하네
뒤서거니 누이 찾아 가보자 하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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