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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 강 끝의 노래시(詩)/김용택 2014. 3. 22. 18:05
섬진강의 끝
하동에 가 보라
돌맹이들이 얼마나 많이 굴러야
저렇게 작은 모래알들처럼
끝끝내 꺼지지 않고
빛나는 작은 몸들을 갖게 되는지
겨울 하동에 가 보라
물은 또 얼마나 흐르고 모여야
저렇게 말 없는 물이 되어
마침내 제 몸 안에 지울 수 없는
청청한 산 그림자를 그려 내는지
강 끝
하동에 가서
모래 위를 흐르는 물가에 홀로 앉아
그대 발밑에서 허물어지는 모래를 보라
바람에 나부끼는 강 건너 갈대들이
왜 드디어 그대를 부르는
눈부신 손짓이 되어
그대를 일으켜 세우는지
왜 사랑은 부르지 않고 내가 가야 하는지
섬진강 끝 하동
무너지는 모래밭에 서서
겨울 하동을 보라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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