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풍묵 - 노루목상회 좁쌀막걸리시(詩)/시(詩) 2015. 5. 31. 00:06
봉황은 배가 고파도
좁쌀을 먹지 않는다던데
봉황은 대나무 씨앗만 먹는다던데
삿갓마을 노루목상회 엉덩이 큰 술독은
좁쌀 막걸리로 날개 짧은 뭇 새들을 꾄다
별방 관리인의 겨울밤 꿈 속 야생화 동산
외딴집 호롱불로 스며든 조각가의 턱수염
이집 저집 빌붙어 사는 정씨의 찌든 점퍼
버들고개 초입에 얼어붙은 장승의 몸통
모두모두 참새걸음으로 막걸리잔 돌아갈수록
자꾸만 제 삶이 불그데데해지는 날
허, 이런 날
갈 사람 올 사람 없이 눈만 첩첩 쌓이는 밤
봉황을 닮은 씩씩한 장닭 한 마리 잡아
좁쌀 막걸리에 빠진 산길은 흠씬 취하고 말지
봉황은 배가 고파도 좁쌀을 먹지 않는다던데
봉황은 한 번 날개를 펴면
구만 리를 난다던데
(그림 : 김종순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숙경 - 십리포 저녁 단상 (0) 2015.05.31 박두규 - 여순동백 (0) 2015.05.31 전동균 - 진부터미널 식당 (0) 2015.05.30 황미라 - 징검돌 이야기 (0) 2015.05.30 오철수 - 세월이 가면 (0) 201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