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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균 - 진부터미널 식당시(詩)/시(詩) 2015. 5. 30. 23:56
시계만 쳐다보는
초로의 남자와
육개장 그릇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앳된 파마머리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어디 먼 곳에 살러 간,
살다가 돌아오지 못한 마음들 있었을까
삼월인데 폭설 쏟아지고
산판으로 간다는 사내들은
제엔장, 티켓이나 끊자,
화투판을 벌이고
그사이 곰 그림자 몇 슬며시 들어와
4홉 소주를 단숨에 비우고 사라졌다
사행(蛇行)의 밤을 끌고 온 길들이
모였다가 헤어지는
진부터미널 식당
어떤 이는 흐린 불빛을 밀고 나가 한 세상을 일으켰고
어떤 이는 칼을 버리고 출가를 했지만
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산나물 보따리를 꼭 안고 졸고 있는 노파의 쇠스랑손과
멀어도 너무 먼 꿈속 꽃빛을 더듬을 뿐
마침내 눈보라의 덫을 뚫고 막차가 왔다
산적 같은 기사도 허연 숨 내뱉으며
소주병을 깠다
진부터미널 : 강원 평창군 진부면 청송로 110 공용버스정류장
(그림 : 황재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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