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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호택 - 똥구멍 새까만 놈
    시(詩)/시(詩) 2015. 5. 23. 00:27

     

     

    대엿 살 철부지 때

    할아버지께 붓글씨 배웠지요
    종이 귀할 때라 마분지에다
    한일자 열십자 수월찮이 그렸지요


    종이에 흰 구석 남긴 날
    그분께서 꾸짖으시기를

    듣거라
    최생원네 손자 공부하는 법이니라
    연필로 먼저 쓰고 그 위에
    철필로 다시 쓰고 그 위에
    또다시 붓으로 빽빽이 써서

    그 종이에 허연 데 도무지 아니 보이구서야
    뒷간으로 보내느니라 -

     

    눈물 그렁그렁
    꿇어앉아 그 말씀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부아통이 터졌지요 그래
    징게맹경 어딘가 최생원네 손자란 놈

    제아무리 잘났어도
    똥구멍 새까만 놈일 꺼라 생각했지요

    징게맹경 : 김제와 만경 ,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과 수평선을 볼 수 있는 곳

    모악산을 둘러싼 고을 전주와 완주에 인접한 김제시는 호남평야의 중심부에 있고 나라 안에서 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만경은 말 그대로 가없이 펼쳐진 들녘이란 뜻으로 만경평야는 동진강과 만경강가에 있는 기름진 평야를 말한다.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를 함께 일컬어 금만평야라고도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평야를 두고 ‘징게맹경 외애밋들’이라고 부르는데, ‘징게맹경’은 김제와 만경, ‘외애밋들’은 너른 들, 곧 ‘김제 만경의 너른 평야’라는 뜻이다.

    무어라고 형용할꼬! 그 광활한 김제 만경의 평야며 백산평 궁안 3천 평 들이 삼면에 에두르고 한편에는 동진강 서해 그리고 점점이 건너다보이는 산과 산 그 빛들은 푸르고 희뜩희뜩 거뭇거뭇하고 또 그 무수한 변화되는 풍경은 잠깐 이렇게 해서 보고는 말할 수 없다.(이병기 : 해산유기記)

    (그림 : 김창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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