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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 - 저녁 한때시(詩)/시(詩) 2015. 5. 23. 00:37
뒤뜰 어둠 속에
나뭇짐을 부려 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무 한 쪽을 예쁘게 깎아 내셨다.말할 힘조차 없는지
무쪽을 받아 든 채
아궁이 앞에 털썩 주저앉으시는데
환히 드러난 아버지 이마에
흘러난 진땀 마르지 않고 있었다.어두워진 산길에서
후들거리는 발끝걸음으로
어둠길 가늠하셨겠지불타는 소리
물 끓는 소리
다시 이어지는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그 모든 소리들 한데 어울려
아버지를 감싸고 있었다.(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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