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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희 - 운문사, 비밀의 숲시(詩)/시(詩) 2015. 5. 19. 16:45
나 다시 태어난다면
운문사 극락교 너머 비밀의 숲에
이름 없는 한 포기 풀꽃으로 살고 싶네
구름도 쉬어가는 이목소 맑은 물
갈 봄 없이 내려와 얼굴을 씻는 소나무 곁에
정갈한 수건 한 장 두 손으로 받들고
비구니 꽃으로 늙어가도 좋겠네
이른 아침,
호거산 병풍을 펴는 예불소리에 눈 뜨고
깊은 밤, 구름문 열고 산책 나온 달빛,
그 하얀 발자국 소리를 베고 잠이 들겠네
문살을 스치는 바람에도 일어나 합장하고
오백년 소나무가 땅을 향해 경배하는 겸손을 배우겠네
그대, 마음이 슬프거나 어지럽다면 함께 가지 않겠나
호거산 줄기 속 연꽃처럼 피어난
운문사 극락교 너머 비밀의 숲으로,
목탁 속 같은 이 골짜기
몸속을 울리고 나오는 독경 소리들
비스듬히 열린 장지문에 저녁햇살로 살면 또 어떠하겠나,
우리, 가슴을 열면 하늘문도 열리는 것을운문사(雲門寺) :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운문산에 있는 신라시대의 절 팔공산 동화사의 말사
(그림 : 조홍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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