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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 솔아 푸른 솔아시(詩)/시(詩) 2015. 5. 19. 10:31
부르네 물억새마다 엉키던
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
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
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
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
주저앉아 우는 누이들
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부르네. 장맛비 울다 가는
삼 년 묵정밭 드리는 호밋날마다
아우의 얼굴 끌려 나오고
늦바람이나 머물다 갔는지
수수가 익어도 서럽던 가을, 에미야
시월 비 어두운 산허리 따라
넘치는 그리움으로 강물 저어 가네.
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
살아서 가다가 가다가
허기 들면 솔잎 씹다가
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
네가 묶인 곳, 아우야
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
가겠네. 다시
만나겠네.
샛바람 : 동풍(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계절과 관계없이 저기압의 전반에서 항상 동반되는 바람이다.
(그림 : 이섭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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