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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그림 : 허필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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