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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 오래된 일시(詩)/허수경 2015. 4. 26. 13:08
네가 나를 슬몃 바라보자
나는 떨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어린 연두 물빛이 네 마음의 가녘에서
숨을 가두며 살랑거린 지도
오래된 일
봄저녁 어두컴컴해서
주소 없는 꽃 엽서들은 가버리고
벗 없이 마신 술은
눈썹에 든 애먼 꽃술에 어려
네 눈이 바라보던
내 눈의 뿌연 거울은
허냥 먼 너머로 사라졌네
눈동자의 시절
모든 죽음이 살아나는 척하던
지독한 봄날의 일
그리고 오래된 일
(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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