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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 한 잎의 여자 2시(詩)/오규원 2014. 6. 3. 19:00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 원 주고 바지를 사 입는 여자,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추운 날엔 팬티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는 하나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그림 : 오정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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